[사설]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선관위, 내년 대선도 이럴 건가

입력 2021-04-05 17:43   수정 2021-04-06 00:10

헌법 114조 1항에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이고, 5부(部) 중 하나인 이유는 민주주의 기본인 선거에서 ‘공정한 심판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잇따르는 것은 선관위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관위가 여당에 유리한 해석과 결정을 내리면서 공정성 시비를 초래한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에 대해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도록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해석을 내렸다.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란 표현을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할 수 없다는 비상식적 해석까지 내렸다. ‘여당이 내로남불 정당임을 선관위로부터 인증받았다’는 야당의 비아냥까지 듣는 지경이다. 반면 서울시 교통방송의 ‘#1합시다’ 캠페인,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예정지에서 “가슴이 뛴다”고 한 발언 등에 대해선 줄줄이 면죄부를 줬다. 이 정도면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 심판자가 아니라 여당 선수로 뛰는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이 어제 야당의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선거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강변해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편향성 시비가 이어지는 것은 바탕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기 때문이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친여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조 상임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위원 6명 중 야당 추천 위원은 한 명뿐이다. 이런 선관위가 내년 대선까지 심판자 노릇을 할 판이다.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받치는 근간이다. 선관위가 선거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 신뢰와 민주주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편파적으로 운영한다면 누가 그 결과를 인정하겠나. 선관위가 헌법에 명시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자꾸 심판 아닌 선수로 뛰려 한다면 거꾸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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