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돈을 벌어도 해당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직원과 주주와 고객의 만족도를 얼마나 높이는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감안해 다른 평가를 매기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SG 투자는 유엔이 2006년 발표한 책임투자원칙(PRI)에 뿌리를 두고 있다. 책임투자 원칙은 투자 의사 결정과정에서 ESG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3월 기준 PRI에 서명한 글로벌 기관은 약 3000곳으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89조달러(약 10경5500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실제 ESG 투자가 집행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0조5000억달러(약 4경57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13조3000억달러)과 비교하면 8년간 세 배 늘었다.
글로벌 기업에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할 때도 ESG가 중요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일부 기업은 협력업체에 ESG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를 이어가려면 싫든 좋든 ESG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100(Renewable Energy100)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캠페인은 2050년 이전에 필요한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약속이다. 2015년 50개였던 RE100 참여 기업은 지난 1월 기준 285개로 6년 만에 여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RE100 가입을 종용하는 분위기”라며 “RE100이 글로벌 기업들과 거래의 ‘허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달라졌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ESG의 가치를 담고 있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코리아와 최근 진행한 소비자 조사의 결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전체 소비자의 83%가 “제품을 구매할 때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신뢰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때의 반응을 묻는 질문엔 “다소 비싸더라도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66%)는 답이 나왔다.
삼성에서도 ESG 바람이 거세다. 삼성물산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ESG 경영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SK는 장동현 대표 직속 ESG위원회를 만들고 사외이사 5명을 위원에 선임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엔 이미 ESG 관련 조직인 거버넌스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 SV(social value)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까지 ‘ESG위원회’란 명칭을 쓰고 있진 않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8년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선포하고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경영 전반에 걸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화도 ESG 경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ESG와 같은 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아 왔다”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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