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연금보험 꼭 쥐고…稅혜택 상품은 해약 신중

입력 2021-04-06 15:15   수정 2021-04-14 18:42

“보험료를 아껴드립니다!”

소비자의 보험 가입 내역을 점검해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 낮은 상품은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는 ‘보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갑이 얇아진 사람이 늘어난 점도 보험 리모델링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개인별 상황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한 것만 못한’ 재설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속 들고 있는 게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까지 해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 리모델링이 계약자의 위험 변화를 정확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 리모델링, 잘하면 藥 잘못하면 毒
보험 리모델링이란 개인이 가입한 보험을 전체적으로 분석해 중복 보장이나 부족한 보장을 찾아내고, 해지할 상품과 대체 상품을 골라내 상품 구성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보험회사와 대리점(GA)이 전화, 홈쇼핑, 광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보험 리모델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보장을 효율화하면서 가성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를 독립시키고 은퇴한 가장이라면 사망 보장 비중은 줄이고 질병 보장 비중을 높이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의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표적항암약물치료 등과 같이 옛날 상품으론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신종 치료법이 늘어나고 있다. 질병 완치율이 높아지면서 치료비보다는 치료 후 요양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진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문제는 보험 리모델링이 오직 ‘보험료 절약’에만 초점을 맞춰 이뤄질 때 생긴다. 경제적 부담만 생각하면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 등은 해약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강보험 등을 추가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 그러나 사망보험을 싹 없애고 건강보험으로 갈아탔다가 2년 안에 숨져 사망보험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 계약자가 직면한 위험의 변화가 특정 위험의 소멸을 뜻하진 않는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특정 위험에 대한 보장을 해지하면 사고 발생 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 판매자는 리모델링 상담을 통해 신상품을 팔면 수수료 수입을 거두기 때문에 기존 상품의 중요성을 언급할 유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보험은 스스로 해약하면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보험은 옛날 상품이 좋다’는 말 아시죠
보험 리모델링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일단 오래전 가입했고 지금은 단종된 상품이라면 해약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은 오래될수록 소비자에겐 이득이고 보험사엔 손해인 경우가 많다. 특히 연 10% 안팎의 확정 고금리를 약속한 연금보험은 끝까지 유지하는 게 낫다. 보험사들이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가 올 줄 모르고 팔았다가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상품이다.

암보험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는 갑상샘암 등에 일반암과 똑같은 진단비를 지급했다. 요즘 암보험은 갑상샘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조기 발견과 치료가 수월해진 질병은 ‘소액암’으로 분류해 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 준다.

과거 보험상품은 통상 예정이율이 높게 책정돼 보험료가 싼 편이라는 점에서도 해지보다 유지가 유리할 수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서 거둔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내리면 보험료는 자동으로 비싸진다. 세제 혜택을 받는 보험상품이라면 해약에 앞서 세금에 미칠 영향도 계산해봐야 한다.
○해약 없이 보험금만 낮춰도 보험료 ‘뚝’
상품은 마음에 쏙 드는데 보험료 내기가 버겁다면 리모델링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활용할 만하다.

보험사들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보험료 납입 유예’, 보장 기간과 조건은 유지하면서 보장 금액만 낮출 수 있는 ‘감액 완납’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지고 재가입이 어렵다”며 “고령에 접어들어 위험 보장 필요성이 감소할 경우 해지보다는 보장 축소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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