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 실패로 돌아선 민심을 잡기 위해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공약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지금보다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했던 10여 년간 ‘보존’과 ‘재생’에 밀렸던 정비사업이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차기 시장 체제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35층룰’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주택 등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 이상 못 짓도록 한 이 규제는 서울시의 장기 도시계획 구상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겼다. 박 전 시장이 2014년 도입한 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등 다수의 재건축 아파트 사업을 막거나 지연시켰다.
오 후보는 일률적인 층수 규제 폐지를, 박 후보는 ‘남산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이라는 조건하에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 규제가 사라지면 50층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 반대를 넘지 못했던 대치동 은마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이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용적률도 법정상한까지 완화할 여지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 최대 200%의 용적률을 적용하고 있다.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250%)보다 5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용적률을 완화하지 않아도 개별 구역의 용도지역·지구를 상향하는 식으로 더 높은 용적률을 줄 수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서울시장은 주요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사업의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며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게만 해줘도 정비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부담이 커진 부동산 보유 세금을 줄여줄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는 공시가격 인상 폭 제한을 약속했고, 오 후보는 재산세 감면을 예고했다. 다만 박 후보가 제안한 공시가격 인상 폭 제한은 정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시장에선 정부가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 후보는 재산세 50%를 환급한 서초구처럼 재산세를 감면하겠다는 구상이다. 무소득 1주택자는 아예 면제를 약속했다.
두 후보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서울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울의 연평균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4만 가구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가 당장 1년 정도에 불과한 데다 서울시의회, 정부 등과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 공급 물량은 공약한 것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부와의 이견으로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 후보 공약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강남 지역의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개발 이익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당 내부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까지 부동산 정책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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