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직전 5년간 뉴타운 사업을 통한 신규 공급 주택 수(17만5000여 가구)가 철거 주택 수(17만1000여 가구)와 별 차이가 없어 뉴타운이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또 갈아엎는 방식의 뉴타운 개발이 줄면 값싼 서민 주택이 덜 철거돼 서민 주거가 오히려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결국 뉴타운 사업을 접고, 다세대·다가구 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노후·불량 건축물 개선에 주력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제대로 된 대책으로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는커녕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새 아파트 공급을 막는 역주행을 했다. 뉴타운 개발 중단으로 지정이 해제된 정비구역만 386곳(2019년 말 기준)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절반(193개)은 도시재생·주거환경관리 사업 등으로 대안을 찾았으나,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됐다. 서울 강북지역엔 낡고 어둡고 음침한 뒷골목이 점점 더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2015년 3만8300가구였던 아파트 분양 물량(직방 자료)은 주택경기가 활황을 보인 2018년 2만3300가구, 작년 2만2900가구에 그쳤다. 이 여파로 서울의 자가(自家)보유율은 47%대에 머물고, 1000명당 주택 수도 400~500가구가 넘는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380.7가구(2018년)에 불과하다. 주거 문제를 복지로만 접근한 10년간의 ‘이념 편향’ 행정이 주택 공급 부족을 낳고 집값 폭등의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서 “도심의 재활을 도모하는 시장의 힘을 막으려 말고, 뒤에 남겨진 취약계층의 주택 옵션, 경제적 기회를 개선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학자 더글러스 매시는 광범위한 대도시 유출입과 비교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새 발의 피’라고 했다. 새 시장을 맞을 서울시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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