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겨냥 보도에 박범계 '감찰' 시사…법조계선 '쓴소리'

입력 2021-04-07 16:01   수정 2021-04-07 16:08


최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다룬 언론보도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라 볼 수 있다"며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에 타격을 주는 기사가 나오자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감찰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타격 언론보도에 박범계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
박 장관은 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된 피의사실 공표라 볼만한 보도가 있었고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며 "장관은 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날 동아일보는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의혹,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관련 청와대 보고용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청와대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박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을 언론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언급하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란 검찰 수사 대상이 재판에 넘겨지기 전에 수사기관(검찰)이 피의사실, 즉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언론에 드러낼 수 없도록 하는 공보 준칙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당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벌칙 조항이 포함돼있다.

박 장관은 "대검찰청이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서울중앙지검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보려 한다"며 "장관으로서 지휘감독권에 기초해 소정의 절차에 따라 보도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후속조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박 장관은 '감찰'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감찰까지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떠한 조치의 예외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수사 목적을 위해 의도적 유출이나 피의사실 공표가 있다면 그 수사결과는 정당성을 훼손받을 것이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석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 겨냥 수사 보도가 나오는 점에 대해서도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朴 발언 두고 비판…박준영 변호사 "이해관계 따라 '원칙 없이' 이뤄져"
박 장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전 정권 관련 수사의 검찰발 보도에는 침묵하다가, 지금 와서는 지적을 하는 게 모순적'이란 지적이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활동 이력이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박 장관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경고한 것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박 변호사는 '원칙 강조의 명암'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은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침묵 또는 강조가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사법농단 수사나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여당·법무부·청와대는 침묵했다"면서 "그것은 이 정권에 유리한 보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침묵하던 사람들이 2019년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을 묵과하거나 활용해왔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박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이 실질적으로는 지켜지지 않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권력형 수사가 생중계되는 것도 문제지만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수사와 재판 결과가 각종 이해관계에 따라 인용·해석되는 구조를 이대로 둔 채 수사 정보만 통제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상적인 개혁의 실천은 보편적 공감, 즉 현실 속에서 진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법무부 장관께서 원칙 강조의 모순과 개혁의 현실적 실천도 고민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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