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은 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모시장의 적정한 주가를 발견하는 기능을 점검해야 할 때”라며 “제도 개선을 위해 내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개인 유동성이 공모시장으로 쏠리면서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로 뛰는 ‘따상’을 기록하는 일이 잦아졌다. 일부 공모주는 곧바로 추락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공모주 가격 책정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래소는 광클맨도 이 같은 공모시장 부작용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광클맨은 최근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직후 교보증권을 통해 ‘광클(빠른 클릭)’로 대량 주문을 넣어 각각 7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슈퍼개미’를 일컫는다. 이들은 교보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초고속 핫라인을 활용해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이사장은 “시초가가 90~200% 사이로 정해진 구조 안에서 대형 공모주의 상장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해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를 개선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코스닥시장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유니콘 요건’인 시가총액 단독 요건(1조원)을 신설함에 따라 공모기업 유치를 놓고 코스닥시장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코스닥시장이 애초 설립 목적대로 기술주 중심의 정체성을 빨리 찾아야 한다”며 “대형주라고 하더라도 기술 기업이라고 하면 코스닥에 남는 게 유리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나스닥이나 코스피, 코스닥의 상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며 “거래소 입장에선 위기일 수 있지만 기업들에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3일 재개되는 공매도와 관련해선 투자자들이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의 부작용도 있지만 제도권에서 적정한 기업 가치와 가격을 발견한다는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며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기 때문에 내달 재개하더라도 큰 출렁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 이사장은 개인 유동성이 쏠리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암호화폐 관련 당국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어서 거래소가 앞서나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유동성 규모 등으로 봤을 때 과거와 달라진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두르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며 “먼 미래에는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관련 투자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여서 모든 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심성미/고재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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