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치러진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더 겸손하고 긴장해야 한다"는 평가의 글을 줄줄이 SNS에 올리고 있다.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크게 이겼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불만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 컸던만큼 오만해져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SNS에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다"고 썼다. 윤의원은 "'상식적으로 좀 살자'는 국민의 분노가 그간 폭주하던 여당에 견제구를 날렸을 뿐, 야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도, 후보자가 뛰어나서도,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해서도 아니다"라며 "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냉혹한 심판의 결과"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긴 자의 미소를 머금을 것이 아니라, 무기력했던 문재인 정권 4년의 지난날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정쟁과 분열이 아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더 가열찬 혁신과 화합에 전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초선들은 "우리가 잘해서 얻은 승리가 아니다"라며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만 말고 쇄신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승리의 기쁨은 묻어두겠다"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침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선거를 지휘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은 자성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지만, 그동안 왕성한 SNS 활동으로 당의 '스피커' 역할을 맡아온 의원들을 이날 입을 닫았다. 민주당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마지막 포스팅은 대부분 선거 전 투표를 독려했던 글이다.
이낙연 위원장은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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