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자전거 업체 삼천리자전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실적과 주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외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자전거 판매량이 급증했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천리자전거는 장중 1만555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최고가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8일 종가 4750원보다 227.36% 높은 수준이다.
다만 주가가 고점을 높이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 장 막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전 거래일 보다 100원(0.67%) 내린 1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천리자전거의 모태는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이다. 이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바꾼 뒤 자전거를 자동차와 함께 생산하다가 1985년 삼천리자전거공업으로 분리했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전년과 별차이 없는 실적을 보였다. 당시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8% 줄어든 240억원을 기록했다. 보통 1분기는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자전거 판매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삼천리자전거는 호황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실내 운동시설 출입이 제한되자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 활동이 증가, 자전거족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삼천리자전거는 작년 매출 120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8.73%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억원을 기록, 82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1분기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큰폭으로 개선됐다.
재무구조도 양호하다. 이익잉여금은 2019년말 277억원에서 작년말 411억원으로 48%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억원에서 82억원으로 215% 증가했으며, 유동비율은 74.94%에서 276.80%로 올랐다. 통상 유동비율은 100% 이상이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도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긍정적이 전망이 잇따른다. 삼천리자전거가 향후 전기자전거 등 차세대 이동수단(모빌리티) 제품을 기반 삼아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천리자전거는 매출 1448억원과 영업이익 20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브랜드의 마진율 개선을 비롯해 전기자전거 브랜드 '팬텀'의 고성장까지 기대되면서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천리자전거의 '팬텀' 판매대수가 2018년 1만5000대에서 작년 2만8000대로 2배 가까이 늘었다"며 "향후 전기자전거 등 소형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외운동과 출퇴근 시 1인용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본격적인 외출이 시작되면 전기자전거를 중심으로 새로운 빅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을 비롯해 공유자전거 운영, 자전거 인프라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삼천리자전거는 총 1000대의 주민자전거를 공급한 이력이 있는 만큼 향후에도 수혜가 전망된다"고 봤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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