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측은 한온시스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 등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통보했다.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한앤컴퍼니 보유 지분과 동반 매각이 성사되면 한국타이어 측은 인수가 대비 1조원가량의 차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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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당시 그룹전략 총괄이던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조양래 회장의 차남)은 “타이어 외 영역 진출 가능성을 봤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의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원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한온시스템을 사기엔 자금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인다면 인수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인수 대신 손을 떼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IB업계에서는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차남 조 사장 간 갈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인수를 추진하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분쟁 상대에게 빌미를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및 한온시스템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눈치를 봤다는 해석도 있다. 한온시스템 매출의 40%는 현대차그룹에서 나온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까지 인수하면 독립된 ‘대형 부품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대차 내에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동반 매각’ 카드를 쓸 경우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최대 70%에 이른다. 현 시가 수준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한국타이어는 투자 6년 만에 1조원을 벌게 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해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내는 LG전자, 자체 배터리 생산 등 전기차 플랫폼 내재화를 꾀하는 독일 폭스바겐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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