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7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통감하며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은 여전히 선거 패배 원인을 검찰과 언론 등 외부로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선거의 양상을 살펴보면 박영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모든 후보를 이기고 있었으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LH 사태가 터지면서 지지율 하락이 촉발된 것이지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의 핵심은 불공정에 대한 분노”라며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인 만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불공정을 확산시키는 언론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MBC라디오에 나와 “(여권에 불공정한 언론 보도가)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고 본다”며 “재보선에서 이런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여권 내에서도 뼈아픈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제대로 된 성찰과 혁신을 위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전 의원을 겨냥해 “선거에 가장 도움이 안 됐던 분들이 가장 도움이 안 될 말을 나서서 한다”며 “조선일보 등 언론에서 소신파라고 띄워 주지만, 이분들 말대로 하면 망한다”고 했다. 김씨는 “김 전 의원은 소신파가 아니라 공감대가 없어서 혼자가 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 내에서는 처절한 반성과 인적 쇄신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다시 가져올 수 없다는 공감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남을 탓하는 건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걸 모르는 것처럼 비췄을 때”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저를 포함한 우리 의원들이 다 죄인이고 반성의 대상이고 반성의 주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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