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7년 만에 컴백한 배경은, 개막전 커트 통과

입력 2021-04-09 17:23   수정 2021-04-10 09:15

“나이 한 살에 1야드 이하로 차이 났으니 성공한 것 아닌가요. 하하.”

2014년 은퇴했다가 7년 만에 현역으로 돌아온 배경은(36·사진)이 호탕한 미소로 복귀전 소감을 밝혔다.

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 스카이·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2021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2라운드를 마친 뒤였다. 그는 이날 1999년생 황정미, 2003년생 아마추어 황유민과 라운드했다. 황정미가 태어난 이듬해인 2000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열네 살 어린 황정미 프로가 나보다 10야드 정도 더 멀리 쳤다”며 “첫 경기라 떨렸는데 일단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KLPGA투어에서 3승을 보유한 배경은은 은퇴 후 레슨과 골프방송 등의 분야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말 시드전에 응시해 1부투어로 복귀했다. 시드전 ‘깜짝 활약’으로 뒤늦게 복귀를 준비하게 돼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1월에는 손목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아 실제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2주에 불과했다.

큰 기대 없이 나선 배경은은 커트 통과라는 목표까지 달성했다. 노련함이 돋보였다. 올 시즌 1부투어 출전권 소지자 중 최고령인 그는 1라운드에서 6타를 잃고 흔들렸다. 이날 2라운드에선 이븐파로 타수를 지키며 일어섰다. 중간합계 6오버파로 예선을 통과했다.

강한 제주 바람에 후배들이 무너지는 사이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고 복귀 첫 대회부터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배경은은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1부 무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7년 만에 복귀한 무대는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특히 후배들의 기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그는 “코스도 어려웠고 그린도 빨랐는데 이런 데서 언더파를 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3.5m 스피드의 그린에서 공을 쳐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후배들의 이른바 ‘공 까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공에 실린 힘이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요. 롱게임뿐만 아니라 쇼트게임도 완벽하더라고요. 연습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에요.”

배경은은 남은 라운드에서 쇼트게임 실전 감각을 높이고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롱게임에선 젊은 선수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아 내년 1부투어 잔류의 희망도 봤다.

배경은은 “상반기엔 1부투어 코스 수준에 차츰 적응하고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오랜만에 투어에 복귀해 18홀을 모두 걸어서 도는 게 아직은 생소하다. 걷는 연습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샷 이글’을 앞세운 이다연(24)이 이날 5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정슬기(26)는 4언더파 단독 2위에 올랐다. 이소미(22)와 장하나(29)가 각각 3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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