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AZ 백신 맞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에요."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지는 '혈전'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선 당장 백신을 맞는 것보다 순서가 뒤로 밀리더라도 안전성이 확보가 된 다음에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어머님은 가족 회의 끝에 안맞기로 했어요. 좀 힘들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게…"
AZ 백신 주력하던 국가들 '비상'
이번 논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과 혈전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인정한 이후 걷잡을 수없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필리핀의 경우 60세 이상 국민에게만 AZ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60세 미만 접종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스페인은 60~65세로 접종 연령대를 제한했다. 캐나다·프랑스·벨기에는 55세 이상, 호주는 50세 이상에게만 AZ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접종 제한 연령대가 가장 낮은 곳은 영국이다. 영국 백신 자문기구는 혈전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30세 미만은 AZ 백신이 아닌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아프리카 연합은 아예 AZ 백신 구매 계획을 철회했다.
AZ 백신과 혈전 발생의 연관성을 인정한 EMA는 사태가 확산하자 "접종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꺾인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AZ 백신은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해 많은 국가들이 도입했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에 공급 계약된 백신의 약 25%가 AZ 백신이었다. AZ 백신은 현재 세계 111개국에서 접종되고 있지만 혈전 부작용 논란으로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화이자, 모더나 등 타 백신을 확보해 둔 국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지만 한국을 비롯해 AZ 백신 확보에 주력해온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확률 적어도 일단 발생하면 위험"
AZ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빈도는 기존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비슷하다. EMA 분석으로도 AZ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는 100만명 당 1~5명 내외다. 10만~100만명 당 1명 정도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망 사례가 나왔다는 점. 국내에서는 AZ 접종 이후 혈전 관련 사례가 3건 보고됐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혈전 사례는 발생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해도 일단 발생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혈전 발생 사례가 매우 드물고 예외적 사례지만 보고된 뇌정맥동 혈전증은 심각한 중증 부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 혈전 발생 사례로 보고된 79건 중 19명이 사망했다. 독일 또한 뇌정맥혈전증(CVST)이 나타난 31명 중 9명이 숨졌다. 독일의 경우 사례자 대다수는 20~60대 여성이었다. 혈전 발생자의 약 25~30%가 사망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난 8일 "국내외 동향 및 이상 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주말 중에 일부 보류된 AZ 백신 접종의 재개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AZ 백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잇따르자 추진단은 당초 지난 8~9일 시작될 예정이던 특수학교 종사자 등에 대한 접종 일정을 연기하거나 보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등 약 14만2000여명의 접종이 뒤로 밀렸으며 만 60세 미만 3만8000여명의 접종이 보류됐다.
"안전성·과학적 근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에서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한 만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과학적이고 안전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큰 만큼 연령별로 좀 더 신중을 기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반적으로는 당연히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을 상회할 것으로 보는데 아주 젊은 연령층 같은 경우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이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낮은 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국내의 경우 초기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절반 이상이 AZ 백신이라는 점은 고민거리다. 2분기 이후 다른 종의 백신이 공급되기 전인 현 상황에서 타 국가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까닭에 백신 접종을 마냥 미루기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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