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때도 소리 못내" 딸 노소영이 알린 노태우 건강상태 [전문]

입력 2021-04-10 17:25   수정 2021-04-10 18:06


노태우(89) 전 대통령이 호흡곤란을 겪어 119구급대가 긴급 출동한 것과 관련 장녀 노소영(60)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호흡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인내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노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의 병명이) 소뇌 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며 "이것이 더 큰 고통이다"고 밝혔다.

이어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지만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 관장은 "어머니가 곁을 죽 지키셨다. 어머니의 영혼과 몸이 그야말로 나달나달해 지도록 아버지를 섬기셨다"며 "어느 소설에서도 이토록 서로를 사랑한 부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매일 병간호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어제 또 한 고비를 넘겼다"며 "지상에서 아버지께 허락된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셨다. 인내심이다"고 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38분께 노태우 전 대통령이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급대가 출동했다. 그러나 신고 직후 노 전 대통령의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별도의 응급조치나 병원 이송조치를 하지 않고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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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인내심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어떻게 십여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단 한 달도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 소뇌 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 (이것이 더 큰 고통이다.) 때로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머니가 곁을 죽 지키셨다. 어머니의 영혼과 몸이 그야말로 나달나달해 지도록 아버지를 섬기셨다. 어느 소설에서도 이토록 서로를 사랑한 부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한 분은 침대에 누워 말 없이, 다른 한 분은 겨우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매일 아침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서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두 분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싶다.

어제 또 한 고비를 넘겼다. 호흡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지상에서 아버지(그리고 어머니)께 허락된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셨다. 인내심이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계신 아버지를 뵈면, 이 세상 어떤 문제도 못 참을 게 없었다.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가 아버지의 좌우명이다. 정말 어려운 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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