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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은 백색가전으로 불렸다. 청결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흰색으로 출시된 제품이 많았다. 이후 메탈, 블랙 등과 같은 소재 및 색상이 나왔지만 제품 생김새는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최근 2~3년 새 가전매장 풍경이 확 달라졌다. 알록달록한 색상이 넘쳐난다. 다양한 색을 선택할 수 있는 삼성전자 비스포크 등장 이후 ‘가전도 인테리어의 일부’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나타난 변화다. 요즘 소비자 사이에선 비스포크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쏟아져 나온 가전을 ‘비슷포크’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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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는 지난해 가전업계에서 가장 히트한 제품라인으로 꼽힌다.
2019년 5월 비스포크 냉장고를 첫 출시한 뒤 제품군을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으로 넓혔다. 이들 제품의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출하량은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날 기준 인테리어 전문 앱 ‘오늘의 집’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판매된 가전 1·2위가 모두 비스포크 냉장고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더 넓히기로 했다. 외부 디자인과 내부까지 맞춤형으로 고를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육류를 좋아하는 소비자는 숙성(에이징)칸과 기능을 선택하고, 채식주의자는 채소 보관이 편리한 신선 독립칸을 구성할 수 있다. 냉동실 얼음도 각얼음뿐 아니라 취향에 따라 위스키용 구형 얼음, 자잘한 얼음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외 다른 가전에도 다양한 기능의 옵션을 도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데 주목해 비스포크를 2018년 기획한 배경이다. 이런 사업 모델이 가능하려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필요했다. ‘맞춤형 가전’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적정한 가격대를 맞춰야 했다.
이를 위해 고안한 게 ‘투 트랙’ 제조 방식이다. 반제품을 준비해놓고 소비자 주문에 따라 본체와 패널을 각각 다른 곳에서 동시에 제작하는 게 비스포크 제조의 핵심이다. 이후 물류창고에서 10분 만에 완제품을 조립한 뒤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맞춤형 주문인데도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고, 2주 안에 배송이 이뤄지는 비결이다.
위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이 같은 제조 방식이 가능한 가전회사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디자인뿐 아니라 무엇이든 맞춤형으로 제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프린팅은 4~6가지의 색상을 고해상도 점으로 촘촘히 인쇄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색상코드만 있으면 무한정 많은 수의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최근 360가지의 냉장고 패널 색상을 공개한 것도 이 기술 덕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전 품목으로 비스포크를 확대하고, 가전 매출 중 비스포크 비중을 8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위 상무는 “현재 190만 가지의 소비자 취향을 분석 중”이라며 “보이는 차별화뿐 아니라 사용 경험의 차별화까지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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