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일명 ‘쇼트폼(short form)’ 콘텐츠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쇼트폼은 10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뜻한다. 시간이 날 때 잠깐 볼 수 있는 동영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2월 쇼트폼 동영상 편집 기능 ‘릴스’(사진)를 국내에서 내놨다. 릴스는 편집, 오디오 및 카메라 효과 등 각종 영상 기능을 집약한 서비스다. 기존 인스타그램 영상 기능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들은 릴스를 활용해 15~30초가량 길이의 쇼트폼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공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음악’ 기능도 적용할 수 있다. 관련 음원을 활용해 릴스 콘텐츠에 이용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관련 음원 목록에서 이용자는 원하는 곡을 검색해 영상에 삽입할 수 있다.
유튜브도 지난달 쇼트폼 서비스인 ‘쇼츠’를 정식 출시했다. 아직 시범 서비스지만 국내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유튜브 앱 화면에서 밑으로 내리면 관련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유튜브는 지난해 9월 쇼츠의 초기 버전을 인도에 내놨다. 하루 65억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도 최근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 ‘패스트 래프’를 출시했다. 스냅챗도 지난해 11월에 비슷한 서비스인 ‘스포트라이트’를 내놨다.
IT 기업들이 쇼트폼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은 ‘틱톡’이 성공한 영향이 크다. 2016년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내놓은 틱톡은 글로벌 쇼트폼 동영상 유행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월간이용자 수(MAU)가 8억 명이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틱톡의 국내 MAU는 392만 명에 달한다. 틱톡 성공으로 바이트댄스는 단숨에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업 가치가 2500억달러(약 283조원)에 이른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이 성공한 것은 10~20대의 동영상 시청 트렌드를 잘 따라갔기 때문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 메조미디어의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11%는 5분 이하 길이의 동영상을 선호했다. 10분 이하까지 더하면 절반이 넘는 56%가 짧은 영상을 즐겨 본다고 답했다.
틱톡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틱톡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추천 피드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용자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동영상을 제공한다. ‘듀엣’ 기능도 인기가 많다. 다른 이용자가 만든 동영상과 음성을 자기 콘텐츠에 넣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능이다. 그린스크린 편집 효과는 스마트폰에 있는 특정 사진을 배경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얼핏 보면 쇼트폼이 쉽게 만들 수 있는 IT 플랫폼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까다로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나온 쇼트폼 전문 동영상 제작·유통 서비스 ‘퀴비’도 업계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드림웍스’의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가 만든 서비스였다. 출시 전에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10억달러 투자를 받았고, 광고 물량만 1억달러가 넘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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