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연구회가 6·25전쟁을 ‘미국의 침략 전쟁’이라 표현하며 역사 왜곡에 나섰다. 미국이 중국 신장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압박에 나선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6·25전쟁에 대한 역사 왜곡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중국국제라디오 등에 따르면 중국의 관변 단체인 중국인권연구회는 지난 9일 ‘미국의 대외 침략 전쟁으로 심각한 인도주의 재난 초래’라는 약 7500자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대표적인 미국의 침략전쟁 사례로 6·25전쟁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발동한 침략 전쟁’이라는 목차 아래 “20세기 50년대 초 발생한 조선전쟁(6·25전쟁)은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몹시 피가 튀겼다”며 “전쟁으로 평민 300만명이 숨졌고 난민 300만여명이 발생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시작됐고 중공군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2001년까지 전 세계 153개국에서 248차례 무장 충돌이 발생했는데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 201차례로 81%를 차지한다”며 “미국의 다수 침략 전쟁은 일방적이며 심지어 동맹국의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인도주의를 빌미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를 비판했다. 중국인권연구회는 앞서 미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이나 홍콩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미국 인권 침해’ 시리즈를 발표하며 미국 내 빈부 격차, 인종 갈등, 원주민 탄압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보고서를 낸 중국인권연구회는 비정부기구(NGO)로 등록돼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산하 기구로 평가받는다. 연구회가 보고서를 출간한 날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CCTV는 이 소식을 메인 뉴스로 전했고 인민일보는 지난 10일자 신문 7면에 전문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며 미국에 맞서 승리한 전쟁이라고 역사 왜곡에 앞장서왔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중국이 6·25전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며 “(6·25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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