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는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의 이론(피셔방정식)을 바탕으로 두고 있으며, 한은과 경제학계가 주로 참고하는 지표로 통한다.
실질금리가 내려가는 것과는 반대로 시장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시장 지표금리로 통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5일 연 0.795%에서 갈수록 올라가 지난 3월 15일 연 1.238%로 뛰었다. 이 직후 연 1.1~1.2%대를 오가고 있다. 명목금리와 달리 실질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지면서 지난 2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를 기록해 2019년 8월(2%) 후 가장 높았다.
가계가 체감하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더 늘어나고, 자산시장 쏠림 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의 자금순환표를 보면 지난해 말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예금 잔액은 1865조6875억원에 달한다. 실질 예금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간 만큼 가계의 예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는 이동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 대출금리도 낮아진 만큼 자산매입 유인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가계대출을 죄는 한편 2·4 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금리 하락으로 자산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위원은 "부동산가격 상승 지속 등 미래 금융안정을 위협할 잠재적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며 "경제가 본격적 회복국면으로 들어서면 지금보다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둔 통화정책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위원이 앞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세울 가능성도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매파(통화긴축 선호론자)' 성향이 짙은 것으로 알려진 임지원 위원과 서영경 위원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학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론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와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며 "한은이 금융안정 등의 흐름을 고려해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도 "올 4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2008년 직후 기준금리 인하 후 인상 시점까지 통상 18개월이 걸린 흐름과 경기 사이클을 고려할 때 연내 인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기축통화국인 노르웨이가 연내 인상을 시사한 데다 여러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Fed)도 6~9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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