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합의금만 2조라는데…세금은?

입력 2021-04-12 15:18   수정 2021-04-12 18:40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합의금을 받기로 했지만, LG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1조5000억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 중재로 SK로부터 2조원을 받기로 했지만, 합의금에 대해 27.5%의 법인세를 한국 정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합의금 가운데 1조원은 현금으로, 1조원은 기술 로열티 방식으로 받기로 했다. 현금 1조원은 올해와 내년에 5000억원씩 나눠 받고,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 동안 나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본연의 영업 활동과는 무관하게 앞으로 2년 동안은 5000억원씩, 이후 8년 동안은 연간 1300억원 안팎의 추가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당장 올해부터 두 회사 사이에 5000억원의 현금이 오고 갈 예정이지만, 기업 사이의 현금 이동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대신 합의금 5000억원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수입에 합산돼 법인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에 새로운 수입이 생겼을 때는 법인세를 부과하는 게 원칙"이라며 "LG가 추가로 벌어들인 합의금만을 핀셋 방식으로 과세하는 것은 아니고, 1년 동안 벌어들인 다른 수입과 5000억원의 추가 수입을 합산해 법인세가 부과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을 받음으로써 추가적으로 내야 할 법인세 규모는 영업활동 등 다른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입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이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 합의금을 5000억원 받아도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합의금과는 별도로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영업이익을 꾸준히 낸다면, 합의금에 법정 최고 법인세율인 27.5% (법인세25% + 지방소득세2.5%)가 적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과표 구간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면서도 "합의금과 무관하게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LG에너지솔루션은 27.5%의 법인세율이 적용되고, 추가 수입인 5000억원의 합의금에 대해서도 대략 27.5%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조~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에 납품한 배터리 불량으로 리콜 비용이 발생해 16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올해엔 대규모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꾸준히 대규모 흑자를 유지하면 10년 동안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을 2조원에 대해 약 27.5%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액수로는 10년간 5500억원, 올해는 137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과거에 적자가 발생하면 시간이 지나 흑자를 낼 때 법인세를 줄여주는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가 있지만, 지난해 발생한 적자 규모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기록할 흑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적용 법인세율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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