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란 점이다. 오락가락하는 대표적 정책으로 지주회사 제도가 꼽힌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의 복잡한 출자구조가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지주회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지분 보유비율 완화 등 장려책에 따라 많은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지난해 지주회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자·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공정거래법을 일방 통과시켰다. 기업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뿐이 아니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서 등록을 권장했다가 8개월 만에 축소했고,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원전수출을 지원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댔다. 주식 공매도 6개월 금지 뒤 두 차례 연장, 부동산 매매허가제 혼선,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요건 확대(3억원 이상) 추진 뒤 환원(10억원 이상) 등 정부의 조령모개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경제정책은 정권에 따라 전반적인 방향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자주 바꾸면 정책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져 기업의 장기적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신규 투자, 신산업 진출, 인수합병(M&A) 위축을 부르고 기업을 해외로 내몰아 실물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실제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10% 높아지면 주가가 1.6% 하락하고 설비투자는 0.3%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이런 후진적 행정과 정책으로 기업들에 투자를 재촉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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