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10%가 '주4일 근무제' 도입한 이유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4-13 08:31   수정 2021-04-13 09:14


일본 기업의 8% 이상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일하는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자 일본 정부는 아예 주4일 근무제를 제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주3일 이상 휴일을 실시하는 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8.3%에 달했다. 2016년 5.8%로 5%를 넘어선지 4년 만에 8%선도 뛰어넘었다.종업원 300~999명인 중견기업의 도입비율은 10.6%에 달했다.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은 8.8%, 100~299명의 중소기업은 9.2%였다. 종업원 30~88명인 소규모 기업의 비중(7.8%)만 8%를 밑돌았다.

일본 기업의 95% 이상이 중소·영세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10%는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되는 등 노동환경이 급격히 변한데 대응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꾼 기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작년 12월부터 은행 등 자회사 5곳,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3~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3일 휴일의 경우 급여는 80%만 지급한다.

시스템 개발사 앵커리지테크놀로지와 같이 주3일 쉬는 대신 근무일의 근무시간을 늘려 급여수준을 유지하는 기업도 있다. 2019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수처리회사 메타워터는 전 직원의 10~20%가 제도를 이용하는 등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주4일 근무제가 확산하자 일본 정부와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선택적 주3일 휴일제(주4일 근무제)를 제도화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정부 자문기구인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이날 회의를 열어 주3일 휴일제 도입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직장인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면 유능한 인재가 보다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전환 배치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년 6~7월 일본 정부가 이듬해 예산편성안의 골격으로서 발표하는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 주4일 근무제 도입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자민당도 이달 중 선택적 주3일 휴일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주4일 근무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1995년 8700만명이었던 일본의 15~64세 노동인구는 2030년 7000만명을 밑돌 전망이다.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을 높여야 경제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코로나19로 경제구조의 변화가 빨라짐에 따라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정부 차원에서 주4일 근무제를 미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사례와 연구결과가 늘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의 2019년 조사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영국 기업의 64%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독일 온라인광고업체 아윈은 지난해 주 4.5일 근무제를 시험도입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자 올 1월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작년 12월부터 뉴질랜드에서 주4일 근무제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급여는 주5일 근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년간 시범운영한 뒤 생산성 향상이 확인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단순히 휴일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인사평가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은 업무 내용과 성과보다 일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조직풍토가 강해기 때문에 사회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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