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오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나스닥에 데뷔한다. 시장에선 코인베이스의 상장이 비주류로 출발한 가상화폐가 주류 시장에 편입되는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한켠에선 코인베이스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 붐이 꺼지면 매출도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와 경쟁사들의 출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가상화폐가 진정 주류로 편입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갸우뚱 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 중 첫 상장사 탄생
코인베이스는 오는 14일부터 나스닥에서 'COIN'이라는 종목명(ticker)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코인베이스는 투자은행(IB)이 신주를 인수해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하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상장(Direct Listing)을 택했다. 시장에서 충분히 인지도가 높고 경쟁력이 갖춰졌기 때문에 IB를 거치지 않아도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코인베이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등록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4300만명, 보관자산은 900억달러에 달한다. 심지어 최근 비트코인 활황에 힘입어 실적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코인베이스 매출은 작년 동기(1억 9100만달러) 대비 약 9배 늘어난 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이자 지난해 총 매출(13억달러)마저 넘어버린 수치다.
코인베이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뜨겁다. 현재 시장에서 코인베이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10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몸값이 지난해 매출액의 90배라는 셈인데, 나스닥거래소(NDAQ·27배)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31배)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단 얘기가 된다.
비트코인 투자자들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12일 오전 코인데스크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6만달러를 넘겼다. 약 한 달 여 만에 6만달러선을 넘겼다.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가상화폐 시장이 주류 시장에 편입되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의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천정부지로 솟는 몸값…월가선 고평가 됐다는 의견도
코인베이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지만 월가에선 탐탁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가 지금의 폭발적인 수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경쟁사들이 등장하면 코인베이스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지난해 코인베이스는 매출의 96%를 거래 수수료로 올렸다. 만약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인베이스의 매출 역시 크게 하락할 수 있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가격 급등락이 극심한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면 거래량도 축소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거래량도 쪼그라들 수 있다"며 "(코인베이스에 투자하는 것은)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건 아니지만 코인베이스 주가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사들의 등장 가능성 역시 코인베이스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다. 거래소들이 수수료 출혈 인하 경쟁에 나서면 코인베이스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도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Market Watch)는 "바이낸스나 크라켄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 경쟁자들이 0%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한다면 주식시장에서 이미 벌어졌던 수수료 출혈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과연 가상화폐가 주류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미국 여론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18세 이상 미국국민 351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6%는 관심이 없다고 했고 18%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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