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위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당 지도부 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 권한대행은 1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직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합당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고민해보겠다”며 “의원들이 우려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걱정하실 일 안 생기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주 권한대행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원내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당내에서 주 권한대행에 대해 “심판(원내대표)을 보면서 선수(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려 한다”고 제기되는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주 권한대행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선 “금요일(16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의견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합당 전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게 시간적 제약 등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합당 상대방인 국민의당도 미온적이다.
주 권한대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견인했다. 당 안팎에선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대구 출신인 주 권한대행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TK(대구·경북)로 상징되는 지역 정당의 색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주 권한대행이 충청 출신인 정진석 의원 등과 연대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초선 의원들도 당권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기존의 ‘낡은 보수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새 인물을 당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베스트셀러 도서 《검사내전》의 저자로 알려진 김웅 의원,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희숙 의원 등이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된다. 김은혜, 배현진 의원 등 대변인 출신 여성 초선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 내부에선 주 권한대행이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경우 ‘반(反)주호영’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최다선(5선)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SNS에 “이제 젊은 미래 세대가 산업화의 성취와 민주화의 성과를 뛰어넘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른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선 “당 안팎에서 힘깨나 쓴다는 분들부터 지금은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불출마 행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자칫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도 김 전 위원장의 인터뷰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당 문제로 당 내부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 과정이 향후 정권 탈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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