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당은 부동산 실정으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보고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당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을 요구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보유세 부담을 높여 주택 수요를 억제하려 한 그간의 정책이 꼬이는 데다 정책 효과가 확인되기도 전에 기조를 바꾸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장기 거주하는 1주택자의 종부세 세액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행 종부세법에 따르면 보유기간과 연령에 따라 종부세 산출세액의 최대 80%까지 공제해준다. 보유기간이 최대 50%, 연령이 최대 40%, 합산은 최대 80%다. 예를 들어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한 65세는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여당은 여기에 장기 거주에 따른 공제 한도를 추가해 종부세 산출세액의 90% 이상을 공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20년 이상 장기 거주한 1주택자는 종부세액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1주택자의 종부세 대상 제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9억원 기준은 2008년 정해진 이후 13년째 그대로다. 물가 상승률과 주택 가격 등을 반영해 이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올해 0.6~3.0%로 높아진 1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작년(0.5~2.7%) 수준으로 다시 낮추는 방안도 언급된다.
민주당이 종부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집값 및 공시가격 상승과 세율 인상으로 부동산 보유세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번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령의 은퇴자에게까지 높은 보유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많다”며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종부세가 1년에 한 번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개정된 종부세법에 따라 종부세를 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재부는 연말에 종부세를 부과하고 시장 상황 등 정책효과를 지켜본 뒤 이를 재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개정 법률의 효과와 시장 동향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여당의 목소리가 강경해지면서 기재부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의 취지를 짚어보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최근 종부세 등 보유세 논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검토한다 안 한다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종부세보다는 재산세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극히 적어 종부세 인하로는 국민이 보유세 부담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등 관계 부처의 보유세 부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가 17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낸다. 이를 고려해 종부세는 그대로 두고 재산세율을 0.05%포인트씩 낮춰주는 재산세 과세특례 대상을 현행 6억원 미만 주택에서 9억원 미만 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강진규/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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