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회계처리 바꿔라"…'자금 블랙홀' 스팩 상장에 제동

입력 2021-04-13 17:19   수정 2021-04-1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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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당국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열풍에 제동을 걸었다. 스팩의 회계 처리 기준을 바꾸도록 요구하면서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당분간 스팩 상장 심사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팩이 발행하는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회계상 부채로 처리하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워런트를 지분 상품으로 처리하던 회계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미국 증권시장에서 스팩은 기업공개(IPO)를 할 때 보통주가 아니라 유닛을 발행한다. 유닛은 보통주 한 개와 워런트로 구성된다. 워런트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미리 정한 가격에 해당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셈이다.

워런트는 보통주와의 교환 비율이 정해졌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기업이 회계상 지분 상품으로 처리해왔다. 이를 부채로 분류하면 상당수 스팩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침이 시행되면 수백 건의 스팩이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SEC가 내놓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스팩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SEC는 지난해와 올해 이어지고 있는 스팩 투자 열풍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팩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일반적인 IPO에 비해 상장 문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투자자가 손해를 볼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만 550개 스팩이 상장 서류를 제출했고 투자 규모는 16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뤄진 스팩 투자금보다 많은 규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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