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의 의도처럼 인플레이션은 높아질 것이다. 이럴 때는 가격 결정력이 높은 주식이 유리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 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최근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듀레이션이 짧은 주식과 채권이 듀레이션이 긴 자산의 수익률을 능가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듀레이션이 짦은 주식은 꾸준히 이익을 내서 배당 등 주주에게 많이 환원해주는 가치주를 말한다. 반면 듀레이션이 짧은 주식은 현재는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적지만 미래 성장성이 뛰어난 성장주를 일컫는다. 골드만삭스가 만든 듀레이션이 짧은 주식 포트폴리오(GSTHSDUR)는 올 들어 지난주까지 24% 수익률을 올려 긴 주식 포트폴리오(GSTHLDUR)의 -1 % 수익률에 비해 25%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현상이 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가 연 0~0.25%(Fed에 따르면 2024년까지)인 상황에서 실질 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상승은 채권 수익률곡선이 더 가팔라질 것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10.5%까지 치솟으며 명목 금리가 연 1.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듀레이션이 짧은 주식이 계속 상대적 수익률이 나을 것이란 뜻이며, 성장주(기술주)는 약세를 보일 것이란 걸 의미한다. 코스틴 전략가는 "일부에서는 3월말 국채 수익률이 연 1.75 %로 정점을 찍은 만큼 다시 기술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기술주가 다시 오름세를 타면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 행진을 하고 있다. 코스틴은 이에 대해 "Fed와 싸우지말라"면서 "Fed는 통상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조만간 얻는다"고 강조했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가 넘도록 일정기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Fed는 지난해 3월 코로나 대유행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개입해 시장 참여자와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뉴욕 증시에 지지대를 제공했으며 S&P 500 지수는 80% 넘게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S&P 500 지수는 9% 올라 4100을 넘어섰다. 골드만삭스의 연말 목표치 4300까지는 5% 남짓 남았다.
코스틴 전략가는 "Fed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한다. 선제적 긴축을 거부하고 평균물가목표제(AIT)를 통해 가장 주시하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평균 2%가 되길 원한다. 핵심 PCE는 올 들어 첫 2개월 동안 평균 1.45%였다. 이 수치는 향후 몇 달 동안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골드만삭스는 4월 2.3%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 일시적일 수 있으며, 2023년까지 2.0% 미만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2%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어떤 주식이 유리할까.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마진 확보'가 가능한 주식을 갖는 게 핵심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기업들이 공급망 혼란, 원자재 상승, 인건비 증가로 원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해 마진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킴벌리-클라크(KMB)는 최근 6월 말부터 북미 소비재 대부분의 순판매 가격을 "중상위 한자리수"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경우, 견고한 수요 속에 반도체 공급 제한에 따른 재고 부족이 겹치면서 판매 인센티브를 줄여 마진 역풍을 상쇄하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늘어난 비용을 전가해 마진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골드만삭스는 이처럼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들을 찾기 위해 러셀 1000 기업 중 업종 경쟁자에 비해 높은 마진을 누려온 기업들을 추려냈다. 액티비전블라자드, 케이블원(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엣시, 어드밴스드오토파츠(재량소비재), 필립모리스, 콜게이트팜올리브(필수소비재) 윌리엄스컴퍼니스(에너지) 조에티스(헬스케어) 아스펜테크놀로지, 어도비(IT), IHS마킷(산업), PPG인더스트리스(소재) 등이 꼽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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