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현 아이센스 대표(사진)는 14일 기자와 만나 “6년 걸린 연속 혈당측정기 개발이 끝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센스는 국내 자가 혈당측정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037억원 중 83%가 이 제품군에서 나왔다. 미국 월마트, 프랑스 사노피에도 자가 혈당측정기를 공급 중이다.
연속 혈당측정기는 이 회사의 차세대 무기다. 팔뚝 등에 부착하면 5분마다 혈당 수치를 알려준다. 기존 자가 혈당측정기는 손끝에서 추출한 핏방울로 일일이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혈당을 조절해주는 인슐린이 체내에서 거의 생성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하루 8회 이상 주기적으로 혈당을 확인해야 한다. 음식을 적게 먹거나 격한 운동을 하면 혈당 수치가 낮아져 갑자기 의식을 잃는 ‘저혈당 쇼크’에 빠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올해 세계 연속 혈당측정기 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경쟁사 제품 대비 가격을 절반가량 낮추면서 사용 기간을 늘렸다.
남 대표는 “한 번 붙이면 최대 15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며 “7~14일 사용 가능한 다른 제품보다 사용 기간이 길다”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10년째 뉴질랜드 정부에 자가 혈당측정기를 납품해온 만큼 새 제품의 품질관리에도 자신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센스는 혈당 측정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원격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플랫폼으로 묶어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장진단(POCT) 제품으로 혈액응고분석기를 판매 중이다. 혈액응고분석기는 출혈이나 혈전증으로 인해 혈액이 얼마나 굳었는지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이 제품을 소형화해 가정용으로 만들었다. 지난달엔 코로나19 항체 2종을 검사하는 진단키트의 수출 허가를 받아 전염병 진단 분야에 진출했다. 올해 중화항체 진단키트도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남 대표는 “원격 모니터링이나 체외진단에 강점이 있는 미국 업체 3~4곳과 지분투자 및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17%였던 POCT 매출 비중을 2025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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