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억원이 될 수 있다.”
친(親)암호화폐 진영의 이런 주장은 몇 달 전만 해도 “말도 안 된다”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불가능이 아닐 수 있다”며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14일 비트코인 국내 가격은 8100만원, 미국 시세는 6만4000달러를 돌파해 또다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들어 2배, 1년 새 10배 넘게 뛴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진짜 상승장은 이제부터”라는 주장과 “꼭짓점에 거의 다 왔다”는 경고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장세, 어떻게 봐야 할까.
비트코인 급등세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암호화폐로 흘러들면서다. ‘디지털 금(金)’(가치저장 수단)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페이팔, 테슬라, 모건스탠리 등의 유명 기업이 코인을 사들이거나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최소한 사기는 아니겠다’고 안심하게 됐다.
업계는 3년 전과 같은 폭락장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큰손’들이 진입해 판이 커진 데다 미국, 유럽 등에서 유동성(자금)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크로스앵글의 장경필 연구원은 “주요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아직 꼭지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 설문조사에서는 280개 기관투자가 중 22%가 “12개월 내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한다면 또 하나의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 투자금 유입은 물론 금융당국의 ‘공식 인정’도 받는 셈이어서다. 2013년부터 여러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려고 SEC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최근 피델리티, 반에크 등 8개 업체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언제든지 ‘규제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 위험 요인이다. 제시 파월 크라켄 최고경영자(CEO)는 “은행과 같은 전통 사업자의 압력에 주요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집중 단속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투자자는 비트코인에 10~20% 붙어 있는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세 대비 웃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국내 대형 거래소에 비트코인 유입량이 부쩍 늘었는데, 대량 매도 시점을 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주 대표는 “김치 프리미엄만 단기 조정을 크게 받을 위험이 충분하다”며 “3개월 이내 단기투자 목적이라면 지금 들어가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해외와 달리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제치고 알트코인 거래량이 가장 많아 우려스럽다”며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광풍에 휩쓸려 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업비트의 비트코인 거래량(원화거래 기준)은 올 1월 50만2402개에서 3월 29만8551개로 40% 줄었다. 빗썸, 코빗, 고팍스 등 다른 거래소도 상황은 똑같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줄자 거래가 감소했고,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몰려갔다는 분석이다. 업비트에서 최근 3개월 상승률이 1000%를 넘는 알트코인만 20종에 이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