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언한 ‘11월 집단면역’ 목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도 희귀 혈전증 논란으로 국내 도입이 불투명해져서다. 모더나는 오는 7월까지 생산한 백신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혀 이 역시 3분기 안에 국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도입이 확정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2080만 도스(1040만 명분)로 집계됐다. 정부가 연내 들여오겠다고 밝힌 물량(1억5200만 도스)의 13.6% 수준이다.
올 2분기부터 국내에 600만 도스가 들어올 예정인 얀센 백신은 전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접종 중단을 권고한 여파로 국내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노바백스 백신(4000만 도스)은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 도입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2000만 도스를 들여오는 AZ 백신은 접종 대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최근 이 백신의 접종 연령을 각각 55세 이상과 60세 이상으로 높여서다. 국내 방역당국도 현행 30세 이상인 AZ 백신 접종 연령을 55~60세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모더나 제품은 ‘미국 우선 공급’ 원칙에 밀려 언제 들어올지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마련한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이 “물 건너갔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집단면역이 가능하려면 전 국민의 60~70% 수준인 3120만~3640만 명이 9월까지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124만 명이다.
국민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만 할 뿐 어떤 백신을 언제, 얼마나 도입할지 공개하지 않는다”며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느냐’는 국민의 물음에 정부가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선아/김우섭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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