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개 숙인 마사회장…노조 "보도 나오니 사과? 진정성 없다"

입력 2021-04-15 16:28   수정 2021-04-15 16:37

측근을 특별 채용하려는 과정에서 임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15일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노조가 김 회장의 폭언 사실을 노보와 성명서를 통해 알린지 4일만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날 직원 5명을 파견해 김 회장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이날 마사회 사내 게시판에 “부끄럽고 잘못된 언행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국민께 죄송하다”며 “상처받은 임직원들께도 사죄한다”는 글을 자필 서명과 함께 올렸다.

지난달 마사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특채하라는 지시를 '법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 인사 담당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담당직원을 '새끼·자식' 등으로 부르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주무관을 “잘라버리겠다”고 하는 등의 내용이 노조를 통해 공개돼 큰 논란이 일었다.

김 회장은 “말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계자들께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대통령께서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지시한 만큼 민정수석실에서 실시하는 감찰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깊이 성찰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현재 김 회장이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려던 전직 보좌관은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가 폭언 등 논란이 일자 최근 계약이 해지됐다.

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홍기복 노조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회장이 올린 글에 대해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과문이 아닌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마사회 노조는 처음 문제제기를 했을 때는 '해당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 했으니 문제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하던 김 회장이 언론에서 폭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자 대외용으로 입장문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홍 위원장은 “김 회장이 정말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면 즉시 사퇴의사를 밝혔어야했다”며 ”감찰 결과에 따르겠다고 한 만큼 결과를 지켜본 후 추가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5일 김 회장을 강요미수죄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회장은 제주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민주당 계열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도 맡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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