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SH의 '상생주택' 가능할까

입력 2021-04-15 17:03   수정 2021-04-16 00:10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바빠졌다. 시장 업무보고 첫날인 지난 12일 보고를 한 곳은 주택건축본부와 SH공사였다.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는 오 시장이 공공사업이 주축인 SH공사의 보고를 먼저 받은 이유는 ‘상생주택’ 때문이다.

오 시장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빠른 주택 공급과 함께 7만 가구 규모의 상생주택 공급도 약속했다. 이를 실행하는 데 SH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 시장은 이날 SH공사에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와 협의해 상생주택의 발전 방향을 구상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의 상생주택 정책은 도심 곳곳에 방치돼 있는 민간 토지를 서울시가 임차해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로 5년 내 7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상생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 토지주에게 최소 20년 동안 토지 임차료를 지급하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과 용도지역·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SH공사가 1년여 남은 오 시장 임기 내에 상생주택 관련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오 시장은 2007년 서울시장 시절 무주택자가 시세의 80% 이하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내놨다. 이후 SH공사는 작년까지 3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시프트는 보증금을 시세보다 싸게 받고, 회계 장부에 부채로 잡는다. 이 때문에 SH공사는 약 1조2000억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

기존 제도를 보완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만 가구의 상생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묘안을 내야 하는 SH공사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업계에선 입지가 좋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토지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연내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생주택은 장기전세주택 수요자가 선호할 것”이라며 “다만 부지를 확보하려면 토지주들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당장 대규모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새 시장이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주택정책을 따라가려면 SH공사도 조직 개편과 함께 기존 사업 손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SH공사에는 진두지휘할 사장이 없다. 전략 수립이나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원추천위원회 공모를 통해 사장 후보 2명을 선정하고, 서울시장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데 적어도 2~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 공석인 SH공사가 수조원의 재정 부담을 안겼던 과거 시프트를 대신해 어떤 상생주택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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