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을 합해 올 들어 소규모 흡수합병을 결정한 상장사는 총 20개다. 소규모 합병은 합병 신주 발행 규모가 발행주식 총수의 10% 미만일 때 주주총회 결정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도록 한 상법상의 제도다. 모회사가 피합병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절차가 간단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오는 7월 100% 자회사인 하이브아이피와 하이브쓰리식스티를 흡수합병한다. 하이브아이피는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굿즈(기획상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하이브쓰리식스티는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공연 기획·제작 업무를 맡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완전 자회사 합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통합 운영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저조하거나 재무 상태가 나빠지고 있을 때 소규모 합병을 활용하기도 한다. 종합 렌털업체 AJ네트웍스는 다음달 말 100% 자회사인 AJ M과 AJ ENS를 흡수합병한다. AJ M은 차량·이륜차 렌털·공유 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900만원에 그쳤다. AJ ENS는 부동산 종합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1일 의약 연구개발 업체 삼양바이오팜을 흡수합병했다. 삼양바이오팜은 글로벌 신약 개발과 해외 생산 법인 구축, 미용 성형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3억7800만원에 머물렀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관련 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신약 개발과 신시장 개척엔 충분한 인적 역량과 재무적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해서다.
소규모 합병은 대부분 완전 자회사를 합병하는 형태로 이뤄져 연결 실체 관점에선 경영·재무·영업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분산된 영업 조직 등을 합쳐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 재편에 대한 수요가 높아 당분간 소규모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소규모 합병을 활용하면 구조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 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며 “대부분 다른 주주가 없어 주주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적고, 간단한 절차로 경영 합리화를 추진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김은정/임근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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