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073255.1.jpg)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임명된 검사들의 이력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공수처가 법조계 특정 인사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법조계에선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현 율촌 고문)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 공수처에 다수 발탁돼 “중립을 지켜야 할 공수처가 이 전 협회장의 ‘친목모임’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번에 채용된 허윤 검사다. 허 검사는 기자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도입된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해왔다. 수사 경험은 없다. 단순히 이런 이력이 문제가 아니다. 허 검사는 이찬희 협회장 시절 대한변협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허 검사는 이를 계기로 이 전 협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진욱 공수처장부터가 취임할 때부터 ‘친(親)이찬희’란 평가를 받았다. 김 처장은 이 전 협회장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초대 처장으로 민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05~2006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공보이사, 이 전 협회장은 재무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도 ‘이찬희 사람’이란 말이 나온다. 여 차장은 이 전 협회장과 서울 용문고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다.
급기야 법조계에서는 “김진욱 처장의 비서관 채용에도 이 전 협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공수처장의 비서관은 처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업무를 보좌하는 자리로, 5급 별정직이다.
지금의 김모 비서관은 별다른 공모 과정 없이 공수처에 취업했다. 김 비서관을 김 처장에게 추천한 인물이 이 전 협회장이다. 김 비서관의 아버지는 이 전 협회장이 대한변협을 이끌 당시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았던 지역 유지다.
정치권에서 20년간 논의 끝에 문을 연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황제조사 논란 등으로 출범 100일도 안 돼 중립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의 ‘공정성’을 믿기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런 마당에 공수처 주요 보직자 16명 가운데 25%가 이 전 협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대체 공수처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j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