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화합형’ 카드로 당내 비주류이며 영남 출신인 김부겸 총리 후보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관료 출신을 장관에 발탁하고, 비문(非文)인 이철희 정무수석을 기용한 것 등은 기존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평가해 줄 만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개각 발표 후 일성으로 ‘협치’와 ‘국정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단행됐다”(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는 설명에서 보듯, 청와대는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여당에서도 ‘개혁 기조 유지’를 역설해 온 대표적 친문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돼 당정 간 엇박자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내달 2일 당 대표 선거 후보자들까지 친문 일색이고 보면, 대체 왜 선거 후 여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더 낮은 자세로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문재인 대통령)거나 “철저히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김태년 당 대표대행)는 반성이 무슨 의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개혁이 지지부진해서 졌다”는 ‘궤변’을 민심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선거에 진 이유는 명확하다. 엠브레인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참패 이유로 응답자의 80%가 “여당이 잘못해서”라고 답했다.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주택·부동산 정책 실패(43%) △일방적 정책 추진(15%) 등을 꼽았다. 선거 결과는 집값 폭등, 고용 참사 등 국정 실패를 반성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란 얘기다.
어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인 30%까지 떨어졌다. 민심이 떠나고 레임덕이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문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 4년 전 취임사에서 언급했듯이 공평·공정·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인재를 널리 두루 구하며,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면 된다. 이런 근본적인 전환이 없으면 아무리 사람을 바꾼들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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