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한 8살 친딸 살해 40대女…이제서야 "혼자 보내 미안해"

입력 2021-04-16 23:20   수정 2021-04-16 23:22


동거남에게 복수하려는 일환으로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40대 친모에게 중형이 구형됐다.

16일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4·여)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생전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중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딸 B양(8)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딸이 사망한 뒤에도 시신을 일주일간 집안에 방치했고, 15일이 돼서야 "아이가 죽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신고 당일 A씨는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놓고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당시 왼쪽 다리 등을 다친 A씨는 다음날 병원에서 퇴원한 뒤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1월17일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조사 결과 A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동거남 C씨(46)와 함께 지내며 B양을 낳았고, 법적인 문제로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동거남 C씨는 딸에 대한 출생신고과 초등학교 입학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A씨가 차일피일 미루자 별거에 이르렀다. A씨는 별거 이후 C씨가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갈등을 빚던 동거남이 큰 충격을 받게 하려는 복수의 일환으로 8살 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평소 딸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C씨는 지난 1월15일 오후 10시께 인천 연수구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딸 사망 사실을 전해듣고 죄책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결심공판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온 A씨는 최후진술에서 "딸아, 혼자 보내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따라가지 못해 미안해. 죗값 다 받고 엄마가 가면 그때 만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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