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사망한 그룹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전 여자친구가 "나를 살해용의자인 것처럼 말했다"며 당시 약물검사를 시행한 전문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27부(부장판사 지영난)는 16일 김성재의 전 여자친구 김모 씨가 약물 분석전문가 A씨를 상대로 낸 약 10억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솔로가수로 변신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성재가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은 1995년 11월20일이다.
김성재는 전날인 19일 첫 솔로 앨범 '말하자면'을 발표하고 SBS '생방송 TV가요 20'에 출연했다.
하지만 다음날 김성재는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 별관 객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른팔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시신에서는 동물 마취제인 졸레틸이 검출됐다.
사건 당시 숨지기 전 함께 있었던 여자친구 김 씨는 자신이 졸레틸을 구매한 것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김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혐의를 벗었다.
김 씨는 자신의 살해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음에도 A씨가 강연과 언론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을 김성재 살해 용의자인 것처럼 말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2019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선고 공판에서 “원고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사실들에 대해 검토했지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졸레틸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마약이 아니라거나 독극물이라고 언급한 것을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A씨 발언에 허위로 볼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객관적 자료에 기초에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 씨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함에 따라 대법원에 상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수차례 김성재 사망사건을 다루려 했으나 김 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요청이 받아들여져 전파를 타지 못했다.
2019년 9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김성재 편 방송을 하려 했으나 김 씨가 명예 등 인격권을 보장해달라며 방송금지 임시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남부지법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불방이 결정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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