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이 ‘북한 비핵화 전념’ 의지를 밝힌 것은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찌감치 ‘대화 조건은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성명에도 ‘완전한 북한 비핵화’가 명시됐다. 미 국무장관은 ‘대북 압력 수단 재검토’를 밝힌 터다. 일련의 메시지는 곧 발표될 미국의 대북 정책 골격이 될 것이다.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우리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배치된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천명했는데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감싸며 유효성을 잃은 싱가포르식 미·북 정상회담 주선에 매달리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대중 정책 시각차도 걱정된다. 미·일 정상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공동 성명에 담았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까지 전방위 대중 견제 공조를 약속했다. 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뒤 첫 해외 일정으로 코앞에서 미·중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중국 샤먼으로 달려가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읍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이 날로 강해졌다”는 찬사를 보냈으니 우방국들이 어떻게 볼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북 유화책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의 줄타기 외교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내달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4년간 느슨해진 한·미 동맹을 단단히 죄고 대북·대중 정책 이견을 좁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대중 전략적 모호성과 대북 환상에 젖어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당장 시급한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위기의 반도체산업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