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최근 요르단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왕자의 난'을 집중조명했다. 요르단의 국왕 압둘라 2세(59)는 이달 초 자신의 이복동생인 함자 빈 후세인 왕자(41)를 쿠데타 모의 혐의로 가택연금했다. 함자 왕자가 영국 BBC 방송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동영상을 전송하는 등 왕조 내부의 긴장관계는 깊어지는 듯 했지만, 이내 함자 왕자가 압둘라 2세에게 '충성맹세'를 하며 일단락됐다.
그러자 함자 왕자는 전통부족들을 찾아갔다. 요르단 부족들은 압둘라 2세 치하에서 배척된 채 특히 부족 내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점 등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함자 왕자가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FT가 확보한 문자메시지 등에 따르면 함자 왕자는 바심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 등과도 긴밀히 교류했다.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자문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함자 왕자와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 전통부족 인사들은 함자 왕자의 지지자들이 민중 시위에 참여할 수 있게끔 날짜를 조율했다. 함자 왕자는 이들에게 지난달 24일 요르단에서 열릴 예정었던 '아랍의 봄(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국가로 번진 반정부 시위)'과 같은 청년층 시위에 지지를 선언해야 하는지 자문하기도 했다. 다만 함자 왕자가 급진적인 쿠데타를 꾀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이는 주변국들로부터 이슬람 정통 왕조로 존중받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IS(이슬람국가) 같은 테러 집단을 퇴치하는 데 앞장서며 서방 동맹국들의 신뢰를 공고히했다.
그러나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경제난으로 인해 함자 왕자의 '미완의 도발'은 향후에도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요르단은 과거 현대국가화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군대 일자리를 늘리는 등 공공부문 지출을 통해 왕정을 유지해왔다.
지난 수십년 간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난리통을 겪는 인접국가로부터 난민 수백만명을 수용하면서 요르단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거기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요르단의 주된 수입이었던 관광업이 타격을 입자 요르단의 15세~24세 청년층 가운데 55%가 실직상태에 놓이게 됐다. FT는 "함자 왕자는 요르단에 아랍의 봄과 같은 급변 상황이 있을 때까지 철가면을 쓴 남자(The Man in the Iron Mask)처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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