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들을 '시니어 기업금융영업전문가(PRM)'으로 삼아 2년여간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1조원 넘는 기업대출 실적을 올렸다. PRM은 대구은행과 시니어 은행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PRM들로선 오래 다닌 직장에서 얻은 경험과 특기를 살려 '제 2의 인생'을 열 수 있고, 대구은행은 이들을 약점이었던 수도권을 공략할 '선봉'으로 삼아 활용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던 2019년 은행이 수도권 공략 방안을 고민했다. 국내에선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모두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한데도 대구은행의 거점은 대구·경북 지역이다보니 전국구 은행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금융 출신인 김 회장은 이미 수도권에 네트워크를 확보한 시중은행 퇴직자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구은행은 그해 PRM 1기를 뽑아 서울 경인, 대전 등에 배치했다.
PRM으로 채용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57세. 국민, 신한, 하나 등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지점장을 서너번 맡았던 이들은 대구은행의 ‘기업금융지점장’이라는 명함을 새로 받았다. 계약 기간은 1년. 연봉은 기본급 3500만원 가량에 영업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2기 PRM을 채용하고 서울 강남에 서울·경인지역기업금융센터 거점을 열었다. 현재 심사, 지원인력을 포함해 62명이 PRM센터 소속으로 근무한다. 애초에 성과가 뛰어났던 영업전문가를 채용하다보니 이탈이 거의 없고, 과거 지점장 시절처럼 ‘억대 연봉’을 받아가는 이들도 여럿이라는 설명이다.
PRM으로 채용된 사람들의 업무 만족도도 매우 높다. 윤기산 대구은행 서울경인본부 PRM지점장은 조흥, 보람은행을 거쳐 하나은행 등에서 총 35년간을 일하다 2017년 퇴직했고, PRM 1기로 채용됐다. 윤 PRM 지점장은 “지점 생활을 오래 했던 일산을 중심으로 관계망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인생 2모작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는 게 최고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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