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1분기 어닝시즌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WSJ

입력 2021-04-20 11:23   수정 2021-04-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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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1분기 어닝시즌이 예상보다 더 좋게 나타나고 있지만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의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작년 팬데믹 이후 더 빨리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 2022년 실적을 감안해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날 '1분기 어닝시즌은 훌륭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그걸 지나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식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동안 좋은 실적을 발표한 종목들이 특별히 더 좋지 않은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실적을 공개한 S&P 500 기업들은 이익이 예상보다 30% 증가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인 7%를 대폭 상회한 수치다. 특히 은행, 소매업 등 경기민감 산업에서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WSJ는 "모건스탠리는 놀라운 실적을 거둬 아케고스캐피털과의 거래에서 본 9억1100만달러의 손실을 툭툭 털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은행주 주가를 종합한 KBW은행지수는 지난주 오히려 하락했다.



WSJ은 은행주의 부진은 대출 증가세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이들은 경기순환 부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좋은 실적을 발표해도 깔끔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SJ는 "더 넓은 범위에서 시장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10월 이후 시장을 주도해온 흐름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바뀌었다. 소형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신규상장주(IPO) 등의 열기가 식고 '우량주'가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WSJ는 "일반적으로 현금이 많고 부채가 적은 '우량주'는 경기 사이클 후반기에 각광받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먼 미래를 바라보고 먼저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작년 3월 팬데믹이 커진 뒤 투자자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미래를 보고 움직였다. 작년의 약세장은 역대 약세장 가운데 가장 빠르게 끝났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랠리를 떠올린 투자자들은 겨우 한 달 만에 주식으로 다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께엔 백신 보급으로 경제 봉쇄가 끝난 뒤 나타날 소비 붐을 감안해 주가를 책정하기 시작했다.

WSJ은 "투자자들은 이제 '경제 재개'도 지나칠 수 있다"며 "소비자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2022년 예상실적을 반영해 이미 다른 산업의 주가보다 더 빨리 상승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은 "시장은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는 주식의 할인 메커니즘을 새 극단으로 확장했을 수 있다"며 "이는 경제 재개 관련주가 탈선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골동품이 된 1분기 어닝시즌을 넘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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