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보증금과 관리비 부담이 없고 청소, 세탁은 물론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며 “최신 시설에 환경도 쾌적해 매일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호텔 ‘한달살기’ 열풍이 서울 도심 특급호텔로 확대되고 있다. 원룸과 오피스텔을 떠나 호텔을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는 ‘장기투숙(롱스테이)족)’이 늘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과 출장객이 사라져 빈 객실이 많은 도심 호텔들의 롱스테이족 모시기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도심 호텔의 장기투숙 상품만 판매하는 예약 플랫폼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작년 12월 사이트를 연 관광벤처 ‘호텔에삶’은 3개월 만에 1만 개가 넘는 장기투숙 객실을 팔았다. 6개에 불과하던 판매 호텔은 20여개로 늘었다. 상반기 중 입점을 앞둔 호텔도 54곳에 달한다. 거래액이 넉 달만에 10억원을 넘어서면서 대표를 포함해 2명이던 직원은 10명으로 늘었다.
김병주 호텔에삶 대표는 “이사할 집을 고르듯이 미리 객실과 부대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호텔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두 달 전부터 하루 사이트 방문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문의도 하루 평균 100~150건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아침식사를 포함하거나 인근 먹자골목이나 식당에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호텔도 있다. 장재우 서울드래곤시티 지배인은 ”장기투숙은 객실 판매가는 낮지만 주중에도 안정적으로 객실을 판매하는 효과가 커 실적은 물론 시설과 서비스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work+vacation)’ 트렌드도 롱스테이 열풍의 요인으로 꼽힌다. 김병주 대표는 ”해외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데 대한 보상심리,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20~30대는 물론 40~50대 사이에서도 호텔 한달살기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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