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레임덕' 대통령에 드리는 당부

입력 2021-04-20 17:55   수정 2021-04-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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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증거는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외에 적잖은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법무부 장관은 한 달도 채 안 돼 “나는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다.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과 관련한) 당론이 모아지면 거기에 따르겠다”며 대통령의 속도 조절 당부를 깔끔히 무시해버린다. 대통령의 조력자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폭로해 정권에 결정타를 입힌다. 여당 서울시장 후보는 대통령보다 전 외교부 장관과 찍은 사진을 더 크게 실은 선거 유인물을 돌린다.
소통 늘리고 행정부에 힘 실어야
리더의 영(令)이 서지 않고, 정부 내에서 정보가 새나가고, 리더와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레임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4년 전 취임 때 지지율 84%, 작년 총선 때만 해도 60%로 180석을 휩쓸었던 인기 초절정 ‘달님’ ‘이니’(대통령의 별칭)가 어쩌다 1년 만에 이런 처지에 몰렸을까.

그에 대한 해석은 차고 넘친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 세금 폭증, 일자리 참사, 조국·추미애·윤미향으로 이어진 ‘내로남불’ 시리즈,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백신 확보 지체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정(失政)에 민심이 떠났고, 그 결과가 지지율 추락과 선거 참패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견을 달기 힘들 정도로 명확한 설명이다.

문제는 남은 1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문 대통령 자신은 물론 그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대한민국의 앞날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은 선거 참패 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의 질책을 쓴 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채우고 고쳐야 할까. 두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우선 ‘소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소통 대통령’을 자임하며 현안에 대한 직접 브리핑, 야당과의 정례적인 만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남은 것은 ‘유체이탈 화법의 장인(匠人)’ ‘렉카 대통령’(유리한 일만 급히 챙기고 불리할 때는 숨는다는 의미) 등 명예롭지 못한 별명뿐이다. 기자회견과 여야 영수회담은 ‘불통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던 전직 대통령보다도 적었다. 또 조국 사태, 울산선거 조작 의혹, 탈(脫)원전 불법 수사 등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뒤로 숨었고, 국론은 분열됐다.
대통령·국가 미래에 중요한 1년
두 번째는 행정부 중심 국정운영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일성으로 철저한 반성과 혁신,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은 아직도 ‘개혁’ 타령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 여당 자체가 개혁 대상이 됐다는 게 분명해졌는데도 “중단 없는 개혁”을 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일자리, 노동 등 핵심 경제정책을 국민 관점에서 원점 재검토하고, 정부와 당이 부딪힐 때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청와대 정부’라는 말도 이젠 끝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0명의 대통령은 예외없이 불행한 퇴임을 맞았다.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대부분 말로가 험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월 기자회견 때 “퇴임 후 잊혀진 대통령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4년간 정파와 이념에 치우쳐 듣지 못했던 다수의 목소리를 살피고, 정책을 하나씩 고쳐나가면 된다. 대통령이 마무리를 잘하고 바람대로 조용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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