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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닥치자 대다수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을 줄였다. 비대면을 위한 온라인 채널 강화가 대세인 듯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달리 생각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릴 기회로 봤다. 임차료가 떨어져 목좋은 오프라인 매장 확보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115.’ 신성통상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탑텐’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늘린 매장 숫자다.
역발상 전략은 곧장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탑텐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4300억원. 경쟁사 유니클로의 매출이 1년 새 1조3780억원(2018년 9월~2019년 8월)에서 6297억원으로 반 토막 날 동안 이룬 성과다.
올해 1분기 탑텐 매출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500억원. 3년 안에 매출 1조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염 회장은 “올해도 60곳 이상의 매장을 추가로 연다”며 “남들이 안 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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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SPA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는 유니클로였다. ‘노 재팬’ 열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유니클로가 위기를 맞았다. 염 회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발열 내의 히트텍 10만 장 증정 행사에 나섰다. 탑텐은 온에어 20만 장을 풀며 맞대응했다. 온에어는 “한국인에게 일본 내복을 입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내놓은 탑텐의 발열 내의다. 원단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합성섬유를 적용한 히트텍과 달리 온에어는 천연섬유인 모달을 썼다.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고, 아토피가 있어도 입을 수 있다. 염 회장은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났을 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는 탑텐밖에 없었다”며 “유니클로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탑텐은 지난해 성인용 매장 46개, 아동용 매장 69개 등 총 115곳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그중에는 유니클로가 철수한 롯데마트 영통점(경기 수원), 경기 구리점, 전북 군산점, 홈플러스 작전점(인천)과 경남 가야점, 경기 금천점 등 8개가 포함돼 있다.
K패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염 회장은 “한국의 조선업, 반도체, 배터리도 10~20년 준비한 결과”라며 “철저히 준비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 ‘미나리’, 스포츠 ‘LPGA’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인이 잘하는 분야가 하나씩 더 늘고 있고, 옷을 잘 입는 멋쟁이가 많은 한국의 K패션을 아시아인들이 모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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