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어떤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코로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공평한 백신 공급, 원활한 인력 이동, 과감한 재정 투자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국 백신 확보에 치중하고 있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신 협력, 코로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포용성을 강화한 다자주의 협력을 새로운 시대로 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어느 한 국가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다자주의를 주장하는 중국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등 원칙을 갖춘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에서 ‘원칙적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명백하게 다른 아젠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메시지가 나가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원칙적인 수준 이상의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의 보아오포럼 참석을 개막식 1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에야 알린 것은 미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22~23일 미국 주최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등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보아오포럼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캄보디아 몽골 등 7개국 정상이 화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