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109632.1.jpg)
한국계 미국인이 주도적으로 창업한 회사가 미국 상장을 추진하면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 이어 또 한 명의 한국계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 부호)가 탄생하게 됐다. 게다가 이번엔 ‘무려’ 20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정치·법률 영역과 결합한 사업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로 떠오르고 있는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29·사진)가 주인공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114384.1.jpg)
피스컬노트의 주요 고객은 정부 기관과 금융회사, 대기업 등이다. 미국 국방부, 미국 중앙정보국(CIA),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 회사의 대표적 서비스는 실시간 법안 모니터링, 입법 추적과 예측, 정책 분석, 컨설팅 등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어떤 법안이 발의됐는지, 이 법안이 통과될지, 법 시행 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 네브래스카주가 항공 유류세 인상 법안을 추진하자 피스컬노트의 실시간 모니터링 알람을 통해 사전에 대응, 법안 통과를 막았다. 황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미국 법안 통과 예측 정확도가 94%에 이른다”며 “법안뿐만 아니라 9·11 테러나 필리핀 폭동, 월가 시위, 조세 저항 움직임 등 모든 정치적 사건사고 데이터도 우리의 레이더망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9980만달러(약 1110억원)를 기록했다. 연간 이용료를 선불로 받는 구독 사업을 통해 매출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비스 항목별로 요금제가 11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2000만원부터 1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처음엔 야심 차게 실리콘밸리로 갔다. 임차료가 비싸 할 수 없이 하루 70달러짜리 캘리포니아 서니베일모텔에서 다섯 명이 생활했다. 피자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주 7일, 새벽 두 시까지 코딩을 했다. 극적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에게서 투자를 받으면서다. 황 대표는 아무런 기대 없이 큐번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45분 만에 답장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큐번은 74만달러(약 8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야후 설립자 제리 양이 출자한 AME 클라우드 벤처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S&P글로벌, 미국 최대 사모펀드(PEF) 아폴로 등 ‘미다스의 손’이 줄줄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레이크브릿지 에쿼티 파트너스가 투자를 주도했다.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피스컬노트는 데이터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2018년에는 이코노미스트 산하 정치전문지 CQ롤콜을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CQ롤콜은 백악관과 미국 의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힌다. 이를 통해 피스컬노트는 200여 명의 정치 전문기자를 보유하게 됐다.
황 대표는 “지난 40년간 정치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미국과 한국 정부를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