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끝내 전면파업을 강행했다. 약 1년 만의 전면파업이다.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영업 사무소 폐쇄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면 프랑스 르노 본사가 한국 사업을 접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21일 8시간의 근무시간 전체를 파업하는 전면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월 파업권을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간부파업, 부분파업 등을 했지만 전면파업을 한 건 2019년 말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이후에도 수시로 전면파업과 부분파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사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임단협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월 7만1687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라 기본급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회사 측은 근무형태를 2교대(2개조 근무)에서 1교대(1개조 근무)로 전환했다. 당장 생산할 물량이 없어서다. 르노삼성 생산량은 2019년 닛산 로그 수탁계약이 종료된 이후 뚝 떨어졌다. 지난해 XM3 유럽 수출물량을 확보했지만, 이 물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까지는 너무 많은 인력이 남아돈다는 판단에 1교대 전환 및 순환휴직을 결정했다. 또 영업사업소 일부를 폐쇄하기로 했다. 회사 경영환경이 너무 나빠져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4일 회사 측이 다시 2교대 형태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이번엔 노조가 거부했다. 노조는 영업사업소 폐쇄를 중단하라는 이유를 내걸었다. 그리고는 파업 수위를 높였고, 결국 이날 전면파업까지 다달았다. 전면파업은 노조가 가지고 있는 가장 센 수위의 카드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회사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XM3 유럽 물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르노 본사가 물량을 다른 공장에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XM3 유럽 물량은 본사에서 관심이 크다"며 "이 물량이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르노삼성에 경고했고, 유럽 내 다른 르노 공장들도 이 물량을 따내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XM3 유럽 물량이 다른 공장으로 넘어가면 르노삼성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가뜩이나 르노삼성 국내외 판매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및 해외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17만7425대) 대비 34.5% 감소했다. 2017년(27만6808대)과 비교하면 절반을 밑돈다. 최근 들어서는 내수도 부진한 상태다.
올해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1~3월 판매량은 2만2068대로 전년 동기(2만8390대) 대비 22.3% 줄었다. 최근 월별 내수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에도 밀릴 때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쌍용자동차처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르노그룹이 한국 사업을 포기하는 최악의 경우도 거론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르노삼성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파업이 답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날 전면파업 참가율은 25% 수준에 그쳤다. 회사 측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공장 라인을 가동시켰다. 공장 라인 가동 속도가 평소보다 늦어졌을 뿐, 정상 가동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월 르노삼성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을 때도 찬성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당시 노조원 218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57.1%인 1245명 만 찬성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