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방치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개혁해야"

입력 2021-04-21 15:45   수정 2021-04-21 15:59


“수익률이 1%도 되지 않는 상품에 전체 퇴직연금의 90%가 몰려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한국경제신문을 만나 “국민의 노후안전망을 보장하기 위해서 퇴직연금이 가입자의 별도 지시 없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디폴트옵션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연초부터 제출된 퇴직급여보장법 개정 법률안 심사에 들어간다. 핵심 안건은 디폴트옵션 도입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약속된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고, 재직 중에는 직원의 퇴직금을 운용해 이익과 손실을 모두 떠안는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논의되는 대상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DC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디폴트옵션 도입을 제도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 노후보장의 양축을 맡고 있는 퇴직연금이 가입자들의 무관심 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호주 등 연금선진국은 디폴트옵션을 통해 운용자가 지시를 하지 못하더라도 검증된 실적배당형 상품에 연금이 투입돼 연 7~10%의 수익을 내고 있는데, 한국은 퇴직연금 가입액 255조원 중 89%에 해당하는 228조원이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몰려있다.

김병욱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68%에 불과하다. 이 조차도 2019년(1.77%) 대비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에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며 10.67%를 기록했다.

디폴트옵션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품은 타겟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금융상품이다. 저금리 시대에 매력이 급감한 예·적금 대신 주식과 채권 등에 나눠서 투자해 리스크는 낮고 기대수익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들이다. 김 의원은 "안전한 투자를 희망하는 가입자들은 예·적금 상품에, 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이들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운용지시를 내리면 된다"며 "무관심 속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연금이 제대로 국민 노후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것이 디폴트 옵션 도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출신으로, 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 내 금융 전문가다.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후 연금 정책 개혁, 주택연금 활성화법 개정, 연금청 신설 제안 등 자본시장 및 연금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범진/조미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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