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거대한 ‘보조배터리’가 됩니다.”
21일 개막한 ‘월드IT쇼 2021’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 주변에 관람객이 몰렸다. 관심이 집중된 건 아이오닉의 ‘V2L’ 기능이다. ‘돼지코’(콘센트)가 달린 길이 20㎝ 정도의 파워아웃렛을 아이오닉5 충전구에 연결하면 차 배터리 전력의 최대 80% 정도를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다. 전기히터, 전기밥솥 등을 연결해 최대 25시간 정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V2L 기능 못지않게 관람객이 주목한 건 ‘디지털 사이드미러’다. 사이드미러(거울) 자리에 ‘사이드 뷰 카메라’를 단 것이다. 운전자들은 카메라가 찍은 후면 영상을 운전석 좌우에 설치된 고화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사장을 찾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아이오닉5 운전석에 앉아 편리한 기능을 체험했다.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작동하자 최 장관은 “넓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장관은 18분 만에 아이오닉5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디젤·가솔린 차량 대비 넓은 공간에도 놀라워했다. 안내 직원이 차량 보닛을 열자 ‘EV’라고 써진 덮개가 보였다. “모터가 들어가는 자리인가요”란 질문에 직원이 “아닙니다. 가방 등을 넣을 수 있는 적재함입니다”라고 답하자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덮개가 열리자 가방 3~4개를 넣고도 남을 수납공간이 나타났다.
현대차 아이오닉5만큼 인기를 끈 전시물은 LG전자가 공개한 ‘커넥티드카’였다. LG전자는 운전자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5’ 기술을 전제로 ‘무인 택시’ 콘셉트를 선보였다.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웹OS’를 기반으로 차량 내부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화, TV 등을 시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승객은 좌석 팔 받침대에 설치된 레버를 돌려 다양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관람객이 놀란 건 ‘스낵바’ 기능이다. 뒷좌석 가운데 설치된 소형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료수 캔을 집어들면 자동으로 과금되는 시스템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량 좌측면과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는 승객의 얼굴을 인식한다”며 “좌우 손님을 구분할 정도로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통해 집에서 보던 영상을 차에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차량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는 가정의 가전제품과도 연동할 수 있다. 출근 전 청소 예약을 걸어놓은 로봇청소기의 동작이 완료되면 화면에 알림이 뜨는 식이다. LG전자는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의류관리기 등을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했다.
한 관람객이 전기차 운전석에 앉아 내비게이션을 켜고 “아리아”라고 말하자 AI 스피커가 반응했다. 이후 “최신음악을 틀어줘” “재생을 중지해줘” “집으로 안내해줘”라고 말하자 실행에 옮겼다. SK텔레콤 부스 안내 직원은 “올 하반기에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누구’ 서비스를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T도 테슬라의 ‘모델X’ 전기차를 전시했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구축을 완료한 제주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앱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차량에 탑승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C-ITS와 스마트 내비게이션 앱을 체험할 수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