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겨우 1%대…디폴트 옵션 도입해야"

입력 2021-04-21 17:47   수정 2021-04-22 01:25

“수익률이 1%도 되지 않는 상품에 전체 퇴직연금의 90%가 몰려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합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1일 “국민의 노후 안전망을 보장하기 위해서 퇴직연금을 가입자의 별도 지시 없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디폴트 옵션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직원 재직 중 퇴직금을 운용해 손익에 상관없이 직원에게 약속한 금액의 연금을 지급한다. 디폴트 옵션 도입을 논의 중인 대상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DC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디폴트 옵션 도입을 제도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번주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 노후보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퇴직연금이 가입자의 무관심 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과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디폴트 옵션을 통해 운용자가 지시하지 않더라도 검증된 실적배당형 상품에 연금이 투입돼 연 7~10%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한국은 퇴직연금 가입액 255조원 중 89%에 해당하는 228조원이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68%에 불과했다. 이조차 2019년(1.77%) 대비 하락한 수치다.

디폴트 옵션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금융상품이다. 저금리 시대에 매력이 급감한 예·적금 대신 주식과 채권 등에 나눠 투자해 리스크는 낮고 기대수익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은 “안전한 투자를 희망하는 가입자들은 주로 예·적금 상품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이들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운용 지시를 내리면 된다”며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없어져 연금이 국민 노후에 제대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출신으로, 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 내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전범진/조미현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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