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만난 오세훈 "폐허화된 여의도 시범 가보시라"

입력 2021-04-21 17:39   수정 2021-04-22 00:59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50년 된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직접 방문해줄 것을 건의했다. 재건축이 막혀 있는 노후 아파트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건축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서울지역 재건축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취임 후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가보니 건축된 지 50년이 돼 집이나 상가가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허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 시범아파트같이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을 한 번만 대통령이 나가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주택에 속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7월 ‘여의도 통개발’을 발표했다가 집값 급등으로 해당 계획을 전면 보류한 뒤 시범아파트의 재건축도 기약 없이 미뤄져왔다.

갑작스러운 오 시장의 현장 방문 건의에 문 대통령은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에 활용할 수도 있다”며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공급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서울시와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 개발 자체를 막을 의도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임 국토부 장관 인터뷰를 보니 민간 아파트 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며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지만 민간 개발을 막는 것은 아니고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영연/하수정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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